식물에게도 제각각의 사연이 있다. 처음으로 집으로 오게 된 경위도, 자라온 과정도 제각각이다. 내가 키우고 있는 여러 식물들 중에 가장 복잡한 사정을 가진 식물은 바로 '안시리움'이다. 몇 년 전, 좁은 원룸에서 안시리움 중품을 키우게 되었다. 대품으로 멋지게 키워보겠다는 부푼 꿈과는 달리 마음처럼 쉽게 잘 되진 않았다. 과습으로 안시리움을 허무하게 떠나보내고 주인 잃은 화분을 비우면서 아쉬운 마음도 함께 털어내려는데 죽은 안시리움 옆에서 싱싱하게 살아있는 줄기 하나를 발견했다. 아주 작았지만 놀랍도록 파릇파릇했고, 따로 심어 키우게 되었다. 죽은 화분에서 살려낸 작은 안시리움을 키워 공중 뿌리를 잘라 또 다른 화분에 심어주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흘러 모체는 죽었고, 결국 지금 키우고 있는 작디작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