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s/식물과 글 5

산호수 키우기 : 성장이 더디던 산호수가 갑자기 잘 자란다

몇 년 전, 작은 산호수를 선물 받아 키우게 되었다. 작은 꽃봉오리를 달고 왔던 산호수지만 그 뒤로 아직까지 우리 집에서 꽃을 피워내지는 못했다. 아마 햇빛이 부족한 탓이겠지. 얼마 전에 이사 온 이 집에는 해가 더 잘드니 열심히 키우다 보면 언젠가 또 앙증맞고 귀여운 꽃을 보여주겠지 하고 기대 중이다. 산호수를 기른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었다. 자라기는 잘 자라는데 이상하게 자라는 것이다. 줄기가 길어지면서 위로 뻗어나가듯 자라다가 점점 잎과 줄기가 산발적으로 자라면서 잎과 잎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햇빛이 부족해서 웃자란 건 줄 알고 창가 바로 앞자리에 두었다. 직접적으로 해가 들지는 않지만 간접광이 하루 종일 들어오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산호수는 계속해서 여..

가장 오래 키운 식물

어떤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식물을 키우는 일도 그렇다. 하지만 끈기와 노력이 있다면 식물과 오랜 시간 살아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화원에 가서 식물을 눈으로 보고 향을 맡고 집으로 데리고 오는 순간부터 시작해 식물을 돌보면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계절이 변하고, 나이를 먹고, 이사를 가고... 그렇게 긴 시간을 식물과 공유하게 된다. 식물을 오래 길러왔지만 안타깝게도 내 손에서 죽어나간 식물들이 많다. 식물에 대해 잘 몰라서 혹은 게을러서.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죽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곁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준 식물들도 있다. 내가 기르는 식물들 중에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식물은 바로 이 선인장이다. 이름도..

작디작은 나의 안시리움, 언제쯤 쑥쑥 자랄까?

식물에게도 제각각의 사연이 있다. 처음으로 집으로 오게 된 경위도, 자라온 과정도 제각각이다. 내가 키우고 있는 여러 식물들 중에 가장 복잡한 사정을 가진 식물은 바로 '안시리움'이다. 몇 년 전, 좁은 원룸에서 안시리움 중품을 키우게 되었다. 대품으로 멋지게 키워보겠다는 부푼 꿈과는 달리 마음처럼 쉽게 잘 되진 않았다. 과습으로 안시리움을 허무하게 떠나보내고 주인 잃은 화분을 비우면서 아쉬운 마음도 함께 털어내려는데 죽은 안시리움 옆에서 싱싱하게 살아있는 줄기 하나를 발견했다. 아주 작았지만 놀랍도록 파릇파릇했고, 따로 심어 키우게 되었다. 죽은 화분에서 살려낸 작은 안시리움을 키워 공중 뿌리를 잘라 또 다른 화분에 심어주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흘러 모체는 죽었고, 결국 지금 키우고 있는 작디작은 안..

선인장, 너의 이름은...

제가 키우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식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모르는 식물이 하나 있습니다.바로 '선인장'인데요, 키운지 얼마나 됐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6년은 된 것 같아요.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름도 모른 채 키웠지만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오늘은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준 이 선인장에 대한 이야기를 남길까 합니다. 가끔 창가에 있는 이 녀석을 보고 생각하고는 합니다.넌 이름이 뭐지?동네 화원 집에서 데리고 온 걸로 기억을 하는데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은 전반적으로 흐릿합니다.이름도 궁금하지만 더욱 궁금한 건 '내가 왜 이 녀석을 키우기로 했을까'입니다. 저는 선인장 종류를 거의 키우지 않습니다.예전에도 선인장 키우는 걸 즐겼었고 지금도 더 많은 선인장을 ..

내게 유일하게 남은 틸란, 이오난사

몇 년 전에 우연히 공중식물, '틸란드시아'라는 식물을 알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그냥 흙 없이 살아가는 식물이라고 해서 신기하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알아보니 종류가 다양한 만큼 생김새나 매력도 다 다르고 너무 예쁘더라고요.이오난사, 푸에고, 카풋 메두사, 안드레아나, 수염 틸란, 코튼 캔디 등등...종류에 따라 외형, 크기나 가격, 물주기도 다 다르지요. 틸란드시아는 흙에서 키우는 식물들과는 또 다른 매력과 장점이 있습니다.흙 없이 키우기 때문에 분갈이 고민도 없고 흙으로 인한 병충해로부터 안전합니다.원하는 장소에 두며 키우기 좋고 와이어나 작은 용기 등을 이용해서 틸란 화분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키우는 식물이라 그런지 더 애틋하고 재밌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인 것 같아요.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