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s/식물과 글

내게 유일하게 남은 틸란, 이오난사

요쿠 2018. 5.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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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우연히 공중식물, '틸란드시아'라는 식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흙 없이 살아가는 식물이라고 해서 신기하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알아보니 종류가 다양한 만큼 생김새나 매력도 다 다르고 너무 예쁘더라고요.

이오난사, 푸에고, 카풋 메두사, 안드레아나, 수염 틸란, 코튼 캔디 등등...

종류에 따라 외형, 크기나 가격, 물주기도 다 다르지요. 

틸란드시아는 흙에서 키우는 식물들과는 또 다른 매력과 장점이 있습니다.

흙 없이 키우기 때문에 분갈이 고민도 없고 흙으로 인한 병충해로부터 안전합니다.

원하는 장소에 두며 키우기 좋고 와이어나 작은 용기 등을 이용해서 틸란 화분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키우는 식물이라 그런지 더 애틋하고 재밌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인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틸란드시아의 매력에 반해 처음에는 키우기 쉽다는 이오난사로 시작해서 푸에고, 카풋 메두사, 코튼 캔디, 휴스톤까지 하나씩 들여서 키우기 시작했어요.

흙이 없으니 물을 언제 주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아 물주기부터 신경 썼고 계절이나 날씨 상황에 따라 베란다와 실내를 옮겨가며 케어해주기도 했어요. 

틸란드시아에게는 비가 보약이라고 해서 빗물 받아서 주기도 하고, 과습이 유독 걱정될 때에는 직접 부채질해서 말려주기도 했구요.

다른 그 어떤 식물들 키울 때보다 더 신경 써서 잘 키우려 노력했어요.

이쁘기도 하고 잘 모르는 식물이라서 조심스러운 마음도 들었던 것 같아요.


(△ 선물로 받았던 코튼 캔디)


(△ 독특한 매력의 카풋 메두사)


그런데 저는 '틸란드시아'라는 식물과는 안맞는 모양입니다.

햇빛이나 통풍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미숙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까페나 블로그 등에서 정보를 찾아가며 열심히 키웠지만 결국에는 하나씩 하나씩... 죽더라구요. 

처음에 카풋 메두사, 휴스톤, 코튼 캔디를 실패했을 때에는 내가 키우기에는 좀 어려운 종인가보다 싶었어요.

그 뒤에는 선물로 받아 한번 더 키워보게 된 코튼 캔디만 빼고는 키우기 쉽다고 알려진 이오난사와 푸에고 종류만 모아서 키우게 되었습니다.

꼭 틸란드시아 종류가 아니더라도 식물을 키우다 보면 실패도 하고 어설픈 실수도 하기도 하니까, 그냥 다시 더 제대로 키워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재도전했어요.



(△자구(신아)를 두 개 달고 있던 푸에고.)


어렵게 다시 열심히 키워보자고 다짐했지만 고비인 겨울을 못 넘기고 다 죽었네요.

겨울에는 온도 때문에 실내로 들여서 키울 수밖에 없는데, 빛과 통풍이 너무 안 좋아서 버티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자구를 두 개나 달고 있던 푸에고를 가장 아꼈었는데 결국 이번 봄을 보지 못했네요.

다른 애들보다 푸에고가 가장 기억에 남고 안타까워요. 자구도 너무 귀엽고, 특히 여름에는 폭풍 성장을 보여줬었거든요.

푸에고가 과습으로 죽을 줄은 몰랐는데 제가 너무 무심했나 봅니다.

코튼 캔디는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그게 타격이었던 건지 아니면 물을 주고 과습으로 죽은 건지 저도 확실치 않아요.

그 외에, 집에 남아있던 이오난사들도 결국 다 겨울에 저세상으로 떠났어요.



(△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오난사)



그런데 집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틸란드시아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데리고 온 틸란드시아가 바로 이 이오난사입니다.

처음에 화원에서 데리고 왔을 때 귀여운 모습에 홀딱 반했어요. 제가 키웠던 틸란드시아들 중에서도 가장 크기가 작아요.

같은 종류인 이오난사들도 이번 겨울에 죽었는데 이 녀석만 살아있네요.

크기도 아직 작고 다른 틸란드시아들과 환경도 같고, 이미 죽은 이오난사들과 물주기도 별 차이가 없었는데도 혼자 버텨주니 신기할 정도입니다.

어찌 혼자서 꿋꿋이 버티는 걸까요?




첫해에는 뭘 잘 모르고 키웠던 때라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베란다에서 키웠어요.

베란다 온도가 겨울에 10도 안팎으로 유지되는데, 결로 현상도 심하고 창문 틈새로 찬 공기가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런데도 그곳에서 꿋꿋이 잘 버텨줬어요.

다음 해 겨울부터는 실내로 들인 탓에 과습이 걱정되어 물을 한 달 가까이 주지 않기도 했는데 잎 끝이 조금 마르는 것 말고는 큰 문제 없었구요.

다른 애들에 비해서 신경을 많이 못써줬는데도 이 작은 녀석이 계속 버티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이제 틸란드시아는 더 이상 들여오지 않기로 했어요. 괜한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요.

물론 집에 있는 이 꼬마 이오난사는 쭉, 잘 키우려고 노력할거구요.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서 알맞은 환경이 되면 그때 다시 조금씩 도전해보려 합니다.

그 때가 되면 좀 더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이오난사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할게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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