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s/식물과 글

가장 오래 키운 식물

요쿠 2021. 7. 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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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식물을 키우는 일도 그렇다.

하지만 끈기와 노력이 있다면 식물과 오랜 시간 살아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화원에 가서 식물을 눈으로 보고 향을 맡고 집으로 데리고 오는 순간부터 시작해 식물을 돌보면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계절이 변하고, 나이를 먹고, 이사를 가고... 그렇게 긴 시간을 식물과 공유하게 된다.

 


식물을 오래 길러왔지만 안타깝게도 내 손에서 죽어나간 식물들이 많다.

식물에 대해 잘 몰라서 혹은 게을러서.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죽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곁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준 식물들도 있다.

 

(사진) 선인장, 현재.

내가 기르는 식물들 중에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식물은 바로 이 선인장이다.

이름도 모르는 상태로 길렀는데, 꽃 한 번 피워준 적이 없다.

햇빛이 부족한 집에서 기르며 물도 조절해서 주니 성장도 더딘 편이다.

 

 

지금은 블로그에 식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쓰지만 당시만 해도 식물들을 키우면서 따로 기록해두진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됐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찍어둔 사진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을 찾아 추정해보니 9년을 넘게 길렀다.

나와 9년이라는 세월을 지내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다.

 

 

평소에는 식물과 얼마나 긴 시간을 함께 해왔는지 딱히 느끼진 못한다.

그냥 그 자리에 항상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가끔씩 이 선인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와 참 많은 시간을 함께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이제는 더 햇빛이 잘 드는 집으로 이사를 왔으니 꽃피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 라임 스킨답서스, 현재.

선인장에 이어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 기른 식물은 이 스킨답서스다.

형광 스킨답서스라는 식물인데, 싱그러운 색감의 잎이 아름다운 관엽식물이다.

가장 오래전에 찍은 사진을 찾아보니 8년을 넘게 키웠다.

 

 

분갈이를 오래 해주지 않아 잠시 성장이 멈췄던 때는 있었지만 그 후부터는 잘 자라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 잎을 보여주니 예쁠 따름이다.

 

 


식물과 함께해온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또 아플 때에도 그 자리에서 기다려준 고마운 녀석들.

앞으로 얼마나 더 내 곁에 둘 수 있을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 곁에 계속 있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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