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s/식물과 글

작디작은 나의 안시리움, 언제쯤 쑥쑥 자랄까?

요쿠 2020. 6. 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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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도 제각각의 사연이 있다.

처음으로 집으로 오게 된 경위도, 자라온 과정도 제각각이다.

내가 키우고 있는 여러 식물들 중에 가장 복잡한 사정을 가진 식물은 바로 '안시리움'이다.

 


몇 년 전, 좁은 원룸에서 안시리움 중품을 키우게 되었다.

대품으로 멋지게 키워보겠다는 부푼 꿈과는 달리 마음처럼 쉽게 잘 되진 않았다.

과습으로 안시리움을 허무하게 떠나보내고 주인 잃은 화분을 비우면서 아쉬운 마음도 함께 털어내려는데 죽은 안시리움 옆에서 싱싱하게 살아있는 줄기 하나를 발견했다.

아주 작았지만 놀랍도록 파릇파릇했고, 따로 심어 키우게 되었다.

 

 

안시리움, 현재

죽은 화분에서 살려낸 작은 안시리움을 키워 공중 뿌리를 잘라 또 다른 화분에 심어주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흘러 모체는 죽었고, 결국 지금 키우고 있는 작디작은 안시리움만이 곁에 남아있다.

대품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안시리움 곁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은 작은 생명.

그 살아남은 작은 생명이 또 다른 작은 생명을 남기고 떠났다.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떠나긴 싫었던 모양이다.

 

 

줄기를 잘라 번식 시도했을 때

번식을 위해 안시리움의 줄기를 잘라줄 때만 해도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물에서 뿌리를 내리고 흙으로 옮겼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해 다시 잠시 물로 옮겼다가 흙으로 옮겼다.

 

 

겨울이 끝나고 작디 작은 새 잎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작은 녀석을 살리기 위한 여러 번의 노력 끝에 결국 흙에 적응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안심하는 것도 잠시 뿐이었다. 

이 녀석, 안 자라도 너무 안 자란다.

겨울이 끝나갈 때 새 잎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자라다 힘에 부쳤는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또 얼음 상태다.

나름대로 열심히 관리해주고는 있는데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작아도 너무 작은 잎. 거의 손톱만하다.

안시리움은 키우기 쉬운 식물로 알려져 있는데, 이상하게도 나에겐 꽤나 어려운 식물이다.

뭔가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느낌이랄까.

 

 

작디작은 나의 안시리움. 언제쯤 쑥쑥 커줄까?

늘 그랬던 것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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