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 읽고 남기기

[책리뷰] 리카 (RIKA) / 이가라시 다카히사

요쿠 2017. 7. 5. 17:18
반응형

최근에 <리턴>이라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자연스레 전 작품인 <리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호러 서스펜스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서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우연히 중고 서점에서 발견했고 그대로 바로 사와서 읽었다.

강렬한 표지부터 처음으로 알게된 작가의 작품인지라 나도 모르게 기대심을 품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내용 포함, 직접적 결말 스포 없음)




주인공인 혼마 다카오는 대학 후배의 소개로 만남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고, 그것에 푹 빠진다.

아내와 딸을 생각하며 이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리카'라는 여성과 메일을 주고받게 된다.

다른 메일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여성에게 약간의 호기심과 호감을 가지게 된 혼마는 그녀에게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게 된다.

하지만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된 후부터 '리카'는 '혼마'에게 필요 이상으로 연락을 하면서 그를 피곤하게 만든다.

'혼마'가 연락을 피하자 '리카'는 스토킹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매일매일 당신을 생각해. 당신을 만나고 싶고, 당신의 목소리도 듣고 싶어."


- 리카 中 -



초반부에는 조금 의외였다. 스토킹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이미 연인이 된 사람들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반부를 넘기고 '리카'가 '혼마'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초반부의 내용이나 느낌을 싹 잊어버리고는 푹 빠져서 읽어 내려갔다.

책 속에서는 '리카'라는 존재를 이렇게 묘사한다.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빼빼 마르고 눈에는 생기가 없으며 피부는 거무스름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를 풍기는 여성.

그런 사람이 실제로 나를 쫓아온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인물의 모습이나 행동, 상황에 대한 묘사가 간결하면서도 생동감이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리카'가 보여주는 집착과 폭력성이 유독 더 무섭게 느껴진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물론 외모도 무섭지만 그녀의 증오심이 너무나도 깊고 어둡다는 것과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적 질환 때문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리카'가 그렇게 의도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그녀를 설득하거나 애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 그녀를 상대해야 하는 '혼마'로서는 참 불리한 점이다.

또 무서웠던 것은 그녀는 절대 도망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서히 상대를 조여가며 공포심을 느끼도록 만든다. 게다가 '혼마'에게 도움을 주는 경찰이나 탐정조차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방식대로 '혼마'를 소유하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목적이다.



만약 내가 그녀의 사랑을 거부하면 그때는 아무 미련도 없이 나를 죽일 것이다.

기묘하게 일그러진 자기애. 그것이 이 여자의 정체다.


- 리카 中 -



나도 모르게 상상하면서 읽게 되니 '리카'에 대한 혼마의 공포심을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뒤로 가면 갈수록 긴장감이 커지면서 손에서 책을 떼어놓을 수 없었다.

몰입감 하나만큼은 그 어떤 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리카'라는 인물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이 여자, 귀신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강하게 그려지며, 존재 자체가 공포로 다가온다. 다른 건 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결말 부분이 특히 많이 아쉬웠다.

'리카'라는 여자를 공포의 대상으로 남기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작가가 조금만 이 부분을 더 신경 써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로테스크한 묘사와 몰입감, 공포심을 자극하는 점에서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