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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변신 / 히가시노 게이고 : 뇌 이식이 남기고 간 것

요쿠 2017. 8. 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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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워낙 다작 작가인데다가 중고 서점에서 조금씩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수가 점차 많아졌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펼칠 때마다 은연중에 재미있을까? 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읽으면서도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 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은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읽는 것을 좀 미뤘었는데, 이번에는 왠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끌렸다.

고른 책은 <변신>이다.



(스포 없음)




나루세 준이치는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소에 들렀다가 한 강도와 마주치게 된다.

어린 여자 아이를 구하려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준이치는 정신을 잃었다가 한 병원에서 깨어난다.

준이치가 머리에 총을 맞고도 살아날 수 있었던 건 타인의 뇌를 이식 받았기 때문이었다.

세계 최초로 사람의 뇌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인 것이다.

살아남음에 감사하며 무사한 몸으로 퇴원한 준이치.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간 준이치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점점 점령당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분명히 예전의 내가 아니다.

  지금, 나는 대체 누구인가? "


- 변신 中 -



'뇌 이식'이라는 소재는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다소 난감하고 어려울 듯한 소재지만 역시 작가가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잘 풀어놓았다.

준이치는 뇌 이식 후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 평소 하기를 좋아했던 것과 같은 일상적인 부분이 많이 달라졌음을 깨닫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자기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는 자꾸만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하게 되고 극단적인 행동마저 일삼게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점점 더 위험해질 것을 깨달은 준이치는 도너(이식에 필요한 장기를 제공한 사람)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상황을 의사에게 털어놓지만 의사는 착각이야, 망상이야 라고 말하며 준이치를 외면한다.

점점 더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그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우면서도 무서웠다.

원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다면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생명을 건졌다고는 해도 제대로 살아가기가 힘들 것이다.



" 변화, 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크게 울려퍼졌다. 이 단어는 지금 나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변화... 그것도 당치도 않게 큰 변화다. "


- 변신 中 -



작가는 변하고 있는 준이치의 심리적인 묘사를 굉장히 담담하게 그리고 세세하게 써내려갔다.

그게 주된 내용이고 가장 크게 몰입되는 부분이다.

읽는 내내 내가 알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내용이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 것인지 대충 감이 오는 소설이라 크게 몰입되는 부분은 없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점 더 빠져들게 되었다.

흡입력 만큼은 그간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중에서도 탑이 아닐까 싶다.



"살아있다는 건 단지 숨을 쉰다든지, 심장이 움직인다는 게 아니야. 뇌파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

그건 발자국을 남긴다는 거야."


- 변신 中 -




히가시노 게이고가 여러 소재를 가지고 다양하게 글을 쓰는 작가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은 정말 놀라웠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다소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고 흡입력 강한 스토리로 풀어나갔다.

결말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흥미로운 소재와 심리적 묘사, 긴장감이 잘 살아있는 소설임에는 틀림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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