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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밀실살인게임(왕수비차잡기) / 우타노 쇼고 : 본격 추리소설

요쿠 2017. 9.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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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아야츠지 유키토나 시마다 소지, 우타노 쇼고 등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작가들이 있다.

밀실살인게임 시리즈의 작가가 그중 한 명인 우타노 쇼고이다.

사실 이 책은 구매하기 전부터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한 번도 이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쯤 그의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작가가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내용 포함, 스포 없음)




두광인, 044APD, 잔갸 군, aXe, 반도젠 교수.

이들은 닉네임과 가면 등으로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가린 채 화상 채팅을 통해 꾸준히 만난다.

이들이 만나서 하는 건 바로 '추리 게임'이다.

하지만 그들이 즐기는 추리 게임은 극한의 추리 게임.

문제를 내야 하는 출제자로 정해지면 본인이 실제로 직접 살인을 저질러야 하고, 출제자가 낸 퀴즈의 정답을 나머지 사람들이 맞추는 것이다.

누가 어떤 트릭을 썼으며 누가 정답을 맞출것인가?



   

다른 본격 추리 소설들을 읽어본 나로서도 이 책은 참 독특했다.

주인공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가 오로지 '트릭'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다른 본격 추리 소설들은 대부분 동기가 있다. 그런데 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개인적인 원한이나 동기가 없다.

그 점이 사람들마다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억지라고 느껴진 것도 분명히 있었다.

아무리 소설이라고는 해도 자신이 생각해낸 트릭을 적용 시키기 편한 사람을 골라 죽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와닿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를 확실히 알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생명을 경시하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한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조금 와닿지 않는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는데 읽어갈수록 점점 더 찝찝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동기 없는 살인 때문이 아니라 추리 게임에 임하는 캐릭터들의 태도 때문이다.

살인이라는 행각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그 모습을 보면서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살인 트릭이라는 것을 재미 삼아 풀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찝찝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트릭을 위한 살인'이라는 전제나 캐릭터들의 모습이 독자들마다 다 다르게 다가올 것 같아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은 작품이다.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


- 밀실살인게임 中 -



등장인물들이 각각 내놓는 문제는 제각각 다르다.

일단 누가 저질렀는지를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범인의 정체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알리바이 트릭, 밀실 트릭 등 다양한데 생각보다 맞추기 쉬운 트릭도 있었고 정말 맞추기가 어려운 트릭 문제들도 있었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모여서 자신이 벌인 살인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힌트를 주고 하는 과정은 좀 지루한 편이었다.

그래서 중반 정도까지 읽었을 때에는 책의 두께가 유독 두껍게 느껴졌다.



" 두광인은 멤버들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놀이가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네 명도 마찬가지 생각일 테고,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일치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모여 거부감 없이 이런 놀이를 하게 되지 않았을까? " 


- 밀실살인게임 中 -



살인 사건에 대한 설명과 풀어나가는 과정이 조금 지루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트릭이 주는 놀라움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책은 트릭을 맞추는 것만이 내용의 전부는 아니다. 다른 부분에서 주는 놀라움과 재미도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농도가 짙은 신본격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작가가 "나랑 제대로 된 추리 게임 한번 해보지 않을래?"라고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캐릭터들의 개성도 잘 살아있었고 본격 추리 소설 중에서도 또 다른 신선함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 정말 독특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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