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내용이 너무 칙칙하거나 무겁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어서 가볍게 읽을만한 책을 고를 땐 이만한 작가가 또 없다.
동급생을 읽을까 방과 후를 읽을까 고민하다가 표지에 끌렸는지 아니면 데뷔작이라는 점에 끌렸는지 <방과 후>를 고르게 되었다.
(△ 방과 후 / 히가시노 게이고 / 구혜영 옮김 / 창해)
여고의 수학교사인 마에시마는 교내 양궁부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누군가로부터 세 차례의 공격을 받고 패닉에 빠진다.
경찰에 알려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동료 교사가 청산가리 독살로 살해를 당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수사가 이뤄지게 된다.
첫 번째 사건의 수사에서 범인을 찾지 못한 채, 또 다른 교사가 청산가리 중독으로 사망하고 마에시마는 큰 충격에 빠진다.
두 살인 사건과 마에시마를 향한 위험한 공격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 내 주변에 나를 죽이려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내가 그 살의를 처음 느끼게 된 것은 사흘 전 아침이었다. "
- <방과 후> 중에서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제목이나 겉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추리뿐만 아니라 여학생들의 활기찬 모습, 학교 축제나 양궁부 연습 등 '학교'하면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도 하나의 재미를 주었다.
작가의 초창기 작품이라서 좀 많이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크게 다른 점은 못 느꼈던 것 같다.
두 차례의 살인 사건에 쓰인 '청산가리'는 미드나 소설, 만화책 등에 많이 쓰일 법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첫 번째 살인 사건이 '밀실'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좀 특이했다.
범인은 왜 굳이 청산가리 중독 살해를 밀실에서 행했을까. 그리고 두 번째 살인 사건은 왜 양상이 달라진 것일까.
주인공과 살해 당한 두 교사의 연결점은 무엇일까.
그런 의문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나는 이 말이 허풍도, 속임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 '진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
- <방과 후> 중에서 -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벌어진 후부터는 읽는 속도가 정말 빨라졌다.
사건의 경위가 다 밝혀졌을 때, 굉장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졸업>을 읽었을 땐 트릭이 너무 별로였는데, 이 책의 트릭은 그래도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의 살해 동기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정말 이런 동기를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굉장히 독특한 동기라는 것은 틀림없다.
어느 추리 소설에나 나올법한 흔한 동기가 아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금껏 읽은 추리 소설들 중에서도 이 책에 쓰인 살해 동기는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드러난 사건의 경위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책의 결말이다.
앞 부분에 분명히 복선이 있었는데 결말이 이렇게 끝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참신하기도 하고, 또 하나의 놀라움을 주는 좋은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게 읽어서 이 책을 고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급생>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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