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와이 간지라는 작가의 책을 읽었다.
<데드맨>이 리디북스에서 무료 대여 이벤트 중이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되어 기분 좋게 공짜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이자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라는 유명한 추리 소설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스포 없음)
(△데드맨 / 가와이 간지 /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시신의 일부분이 없는 끔찍한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여섯 구의 시신은 각각 머리, 몸통, 한쪽 팔, 한쪽 다리가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범인은 왜 시신 일부분을 잘라 가져갔을까, 시신은 왜 물이 아니라 장기 보존액에 담가 두었던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살해 방식과 증거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 때문에 형사들은 곤란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데드맨'이라는 사람에게서 제보 메일이 오게 되는데...
" 미안해요. 팔과 다리는 아직 붙히지 못했어요.
팔과 다리를 제대로 두 개씩 붙혀줄게요. "
- <데드맨> 중에서-
책은 형사들의 수사 과정과 '데드맨'의 시점이 교차되어 쓰여 있다.
누가 쓴 것인지 알 수 없는 수기와 엽기적이지만 차분한 방식의 연쇄 살인이 큰 호기심이 당겼다.
책 속에 등장하는 '데드맨'은 시체의 각각 다른 부위로 만들어져 부활한 자다.
처음에는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했었는데 일단 더 읽어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더 빠른 속도로 읽었다.
'데드맨'의 시점에서 쓰인 부분이 특히 큰 몰입도를 주었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꾸준히 몰입이 잘되고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는 책이었다.
형사들 간의 재밌는 콤보와 정체불명의 여의사, '데드맨', 간병 원숭이 '가부' 등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도 큰 재미를 주었다.
" 누군가에게 목숨을 빼앗긴 이들의 목소리가 늘 소용돌이치고 있다.
나를 죽인 범인을 찾아다오. 잡아다오. 그리고 한을 풀어다오.
그런 비통한 절규가 몸 안에서 들려온다. "
- <데드맨> 중에서 -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형사들이 사건을 조금씩 풀어나가는 재미가 좀 부족했다.
현장과 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작은 단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전진하는 모습이 좀 나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범인의 동기나 '데드맨'의 정체는 아주 놀라웠지만 어떻게 저렇게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에서 조금 의아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소설이라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좀 현실감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또 하나 아쉬웠던 건 결말 부분에서는 좀 맥이 빠지는 기분도 들었다.
너무 잔인하고 큰 사건에 비해서 결말은 다소 허무하다.
<데드맨>은 놀라운 몰입도와 참신한 소재를 자랑한다. 데뷔작인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디테일한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으나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읽는 내내 몰입이 너무 잘되고 정말 재밌었다.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은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는데, 만약에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었다면 내가 또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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