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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부메의 여름 / 교고쿠 나츠히코

요쿠 2018. 4. 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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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를 둘러싼 모든 세계가 유령처럼 환상일 가능성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과 똑같이 존재하는 걸세. "


- 우부메의 여름  -




산부인과 가문의 데릴 사위가 밀실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더 기이한 것은 실종된 남자의 아내가 임신 20개월째 출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된 작가, 세키구치는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인 교고쿠도에게 찾아가 사건에 대한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우부메의 여름 - 교고쿠 나츠히코 /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이 책은 읽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처음에 봤을 땐 두껍기는 해도 그동안 추리 소설이나 호러 소설들을 쭉 읽어왔으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고 그냥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는 점점 걱정스러웠다.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초반부터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기 위해 세키구치가 교고쿠도에게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난해하고 어려운 대사들이 쏟아졌다.

심리학이나 과학, 철학 등... 양자역학까지. 어려운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지? 사건이랑 연관 되어 있는 건가?'

'나는 왜 이해가 안 되지?'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지?'

이런 생각들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복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고, 한 현상을 두고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은 좋았지만 분량이 압도적이어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 곳에는 온 적이 있다. 기시감이 아니다. 이 풍경은 분명히 기억에 있다.

(...) 분명히 그 때는 부서져 있지 않았다.

그 때란 언제지? 

나는 이명을 느꼈다. "


- 우부메의 여름 -



어려운 부분을 넘기자 점차 속도가 붙었고 중반쯤부터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산부인과에서 벌어진 기이한 밀실 실종 사건과 그의 아내가 20개월째 임신 중이라는 것, 그 산부인과에서 사라진 아기들까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작가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쭉 읽었다.

책이 초반에 좀 난해하고 속도가 잘 안 나는 책이긴 해도 그 분위기나 캐릭터들은 참 좋았다.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는 고서점 주인, 우울증에 걸린 작가, 터프한 형사, 기묘한 능력을 가진 탐정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조합이 좋았고, 이 조합은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더욱더 빛을 발한다.



"저는 제 의지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단순히 '구온지'라는 저주에 조종당하고 있었을 뿐이었던 거군요."


- 우부메의 여름 -



<우부메의 여름>은 겉표지를 펼쳐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요괴'가 굉장히 중요한 메인 요소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요괴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공포심을 자극하기는 하는데 말로 딱 설명하기 힘들지만 약간의 으스스함과 찝찝한 느낌에 가깝다.

약간의 호러적 분위기에 논리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호러와 미스테리를 살짝 섞은 듯한 느낌이긴 한데 미쓰다 신조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세상에는 이상한 일 따위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존재해야 할 것만 존재하고,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는 것입니다."


- 우부메의 여름  -



트릭이 좀 허무했다는 것과 초반부에 읽기가 좀 벅차다는 점만 빼면 전체적으로 아주 흡족한 작품이었다.

조각들을 하나씩 끼워 맞추듯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점과 끝으로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한 전개, 복잡한 여운이 느껴지는 결말까지. 

다 읽었을 땐 놀라움과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버티면서 읽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읽은 것이 후회되지 않는다.

<우부메의 여름>은 슬프면서도 기괴하고 매력적인 소설이다. 

<망량의 상자>도 기대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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