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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스트로베리 나이트 / 혼다 테쓰야 - 망가져버린 한 인간의 잔인한 쇼

요쿠 2017. 8. 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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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절판된 책이라 읽어보고 싶어도 그 기회가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책인데 저번에 중고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걸 발견하고 바로 구매했다.

책 상태가 약간은 헌 책 느낌이 나는 상태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해서 꽤 기대하고 본 작품이다.



(내용 포함, 스포 없음)




저수지 근처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여형사인 레이코는 탐문 수사를 시작으로 사건에 한 발짝 다가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비슷한 상태로 유기된 다른 시신들을 발견하게 되고,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의문의 단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레이코는 잔인하게 살해된 피해자들과 스트로베리 나이트와의 관계를 밝히려 노력하기 시작하는데...




일단 여형사가 주인공인 책을 읽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게, 한편으로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읽었던 추리 소설들과는 조금 다르게, 이 책은 사건뿐만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찰들 간의 갈등이나 사건을 대할 때 각기 다른 수사법 등 경찰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다뤄지는 편이다.

<짐승의 성>에서도 피해자에게 진술을 얻어내는 경찰들의 모습이 많이 묘사되는 편인데, 이 책도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다.

수사 과정이 꽤 디테일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화려하게 장식된 도시의 뒷모습은 사실 싸구려 무대 장치 같았다.

  이런 도시의 무대 뒤에서 은밀하게 살인 쇼가 벌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도시의 실상을 상징하는 현실적인 장소에서 비현실적인 쇼가 벌어진 셈이었다. "


- 스트로베리 나이트 中 -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의문의 살인 쇼 설정은 호기심을 당기기에 충분한 설정이라고 보여진다.

버려진 무대에 오른 비운의 주인공은 끔찍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살해되고 그 모습을 소수의 관중들이 지켜본다. 

살해하는 장면들이 묘사되기도 하는데, 역시나 그 묘사는 생생하고 끔찍했다.

나는 살해 행각을 벌이는 의문의 인물, 즉 범인보다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끔찍했다.

만약에 화려하고 북적북적한 도시의 뒤편에서 실제로 이러한 살인 쇼라는 행각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 나였을지도 모르는 저 제물이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져서 핏덩이가 되어 죽을 때 느끼는 그 한없는 우월감은 말도 못해요.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내일부터 다시 적어도 한 달은 더 산다,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어요.

  자기 삶이 잔혹한 죽음과 서로 마주 보고 있다고 실감하는 그런 충족감...이었죠. 

  얼마나 멋지던지. 세상이 넓게 보이더군요. "


- 스트로베리 나이트 中 -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의도치 않게 스포를 당해서 이 책의 반전 중 절반 정도는 이미 알고 읽었다.

그래서 반전이 정말 좋다, 혹은 반전이 별로다, 라고 말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

반전을 일단 제쳐놓고 아쉬웠던 것은 여형사의 과거 스토리, 경찰들 간의 갈등, 약간의 러브 라인 등 많은 것들이 들어있는 편이어서 사건에 대한 집중도가 조금은 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도 다른 쪽으로 슬금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를 반복한다고 해야 할까?

물론 작가가 의도했을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추리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다.

다 읽고 나서도 뭔가... 깔끔하다 싶은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짐승의 성>을 읽었을 때 느꼈던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여형사인 레이코가 초반과는 다르게 뒤로 가면 갈수록 조금씩 그 존재감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는 것 또한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 생각해보면 현대인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어. 누구도 '죽음'을 생생하게 느낀 적이 없어.

  분명히 누구나 느끼고 싶어 해. 보고 싶어하지.

  그래서 내가 그걸 보여준 거야. 생생한 '죽음'을, 그 반대편에 자리 잡은 '삶'을. "


- 스트로베리 나이트 中 -



이 책에서 좋았던 것은 '묘사'와 '캐릭터의 개성'이었다.

시체나 살해 행각이 벌어지는 장면뿐만 아니라 경찰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묘사가 때로는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이 정도로 잘 살아있는 추리 소설은 읽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브로커의 등장과 이오카, 오쓰카, 카쓰마타와 같은 캐릭터들은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것 같다.

(사실 주인공인 여형사보다도 그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더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듯)




책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히 몰입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없었고 끝으로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사건의 비중이 조금 더 크게 비춰졌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보다도 스포를 안 당했으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이 책이 레이코 형사 시리즈라고 알고 있는데, 다음 책을 읽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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