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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짐승의 성 / 혼다 테쓰야 -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요쿠 2017. 7. 19.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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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의 한 소녀 '마야'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다.

소녀는 한 맨션에서 장기간의 학대와 방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용의자로는 '요시오'라는 남자와 '아쓰코'라는 여성을 지목하게 된다.

경찰은 마야의 진술에 따라 찾아간 맨션에서 마야와 비슷한 상태로 보이는 상처를 입은 '아쓰코'를 발견했으며 맨션의 욕실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혈흔과 DNA, 살점 등을 발견한다.

경찰은 '요시오'라는 사건 중심인물로 보이는 남자를 뒤쫓지만 '마야'와 '아쓰코'는 그에 대한 단서를 쉽사리 제공하지 않고, 맨션에서도 살해나 학대 행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 '요시오'라는 남자를 찾는데 도움이 될만한 증거를 쉽게 찾지 못한다.

맨션 일대를 조사함과 동시에 경찰은 '아쓰코'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작은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맨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둘씩 털어놓은 그녀의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요시오'라는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결말에 대한 스포 없음)




처음으로 혼다 테쓰야의 소설을 읽어봤다.

초반에는 별생각 없이 읽다가 '아쓰코'가 맨션에서 겪었던 일을 자세하게 서술하는 부분부터는 서서히 더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한 내용들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인간만큼 욕심이 많고 악(惡)한 존재가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진술하는 내용들은 악마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굉장히 잔인했다.

'요시오'라는 남자가 극도의 새디스트였고, 한 명이나 두 명으로 시작해 촉수처럼 대상을 넓혀 감금, 폭행, 협박, 금품 갈취 등을 일삼았다고 나오는데,

여러 사람들을 감금하면서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폭력이나 고문, 거기에 뒷정리까지 다른 사람에게 시키기도 했다.

이는 명령에 따라서 타인에게 잔인한 짓을 저지른 피해자에게 또 다른 협박 거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아쓰코'가 이야기해 준 내용에 따르면 말 그대로 그 맨션은 더 이상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정도였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타락하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 걸까, 하고 강한 두려움을 느꼈다.

초중반까지는 경찰이 쫓는 남자, '요시오'라는 사람이 정말 무서웠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고도의 악행에 익숙해지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들의 모습이 더욱더 무서워졌다.



" 이것이 제대로 된 인간사회의 구도일까.

이게 짐승의 무리와 다른 게 뭐가 있을까. "


-짐승의 성 中 -



<짐승의 성>의 묘사는 굉장히 사실적이고 자세한데, 잔인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강한 충격을 선사한다.

굉장히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해서 책을 읽다가 덮은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사실 책을 펼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만 해도 '잔인하다고는 해도 책이니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되려 글로 읽으니 상상까지 하게 되어서 더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짐승의 성이라기보다는 이건 완전히... 악마의 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짐승의 성>은 잔인한 묘사만으로 채워지진 않았다. 경찰들이 '아쓰코'로부터 진술을 받아내는 과정이 굉장히 자세하고, 이 맨션에서의 사건과 정확히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있는지 모르는 '신고'라는 남성의 이야기를 교차함으로써 궁금증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반쯤부터는 정말 쉴 새 없이 책을 들어 읽었던 것 같다. 몰입도만큼은 정말 좋은 편이었다.

책에 대해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 읽고 나서도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것이다. 특히 결말 부분이 다소 당혹스러웠다.

'아쓰코'가 갑자기 진술을 번복하거나, 그들의 말에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정황 증거가 나온다던가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읽으면서도 조금 답답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아쓰코'와 '마야'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인지 등등 확실하게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조금 남아있다.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는 것 정도가 최선이라 조금 답답하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가득 느끼며 읽었던 것은 사실이다.



" 분명 사람은 익숙해진다.

즐거운 일에도, 괴로운 일에도, 상냥함에도, 미움에도.

남에게 상처 주는 일에도. "


-짐승의 성 中 -



작가는 무서울 정도로 자세한 묘사로 높은 몰입도를 주고, '신고'가 겪는 일들을 교차하며 보여주면서 미스테리를 향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인간의 악(惡)과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처음에는 이 소설의 제목에서 말하는 '짐승'이 '요시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요시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본성을 드러내게 된 사람들, 즉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어버린 '마야'나 '아쓰코'도 어느 정도 짐승화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너무 기괴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 더 무서운 건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 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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