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과 잡담

내가 책을 읽게 된 계기

요쿠 2017. 9. 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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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하는 습관이 좋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나에게 독서란 그저 지루하고 오래 걸리는 공부나 마찬가지였다.

내 주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괜히 따라서 읽어봤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금방 질려 다시 책장에 책을 꽂아놓고는 했다.

책 좀 읽으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도 소용없었다.

우리 집에는 위인 전기, 과학 전집 등 오래된 책들이 꽤 있었는데 내게 흥미를 준 건 과학 전집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곤충, 식물, 동물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가끔씩 잔소리가 들려올 때면 과학 전집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생물 분야만 콕콕 집어 조금씩 읽곤 했다.

학교에서 독후감을 써오라고 책을 선정해주었을 때에도 읽다가 졸기 일쑤였고,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으려니 책을 읽는 시간이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독후감을 쓸 때면 다 읽지도 않고 흐지부지 대충 쓰기 바빴다.




중학생 때, 친구를 따라 국립 도서관을 간 적이 있었다.

평소에 만화책, 소설책 등 읽는 것을 좋아하던 친구였다. 친구는 역시나 책을 골라 들고는 자리 잡고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나는 도서관을 구경하는 구경꾼이었다.

열심히 책을 읽는 친구와는 달리 지루한 시간을 보낸 나는 친구에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재밌으니까 읽지"라고 대답했고 나는 친구의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나에게 책이란 '읽으면 도움 되는 것' 혹은 '좋은 습관'이었을 뿐, 절대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후로도 혼자 도서관에 가서 내가 좋아할 만한 내용의 책들을 빌려서 집에 가져갔지만 책을 읽는 속도가 워낙 느렸기 때문에 읽지 못한 상태로 그냥 반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친구들이 읽기도 쉽고 재미있다며 추천해 준 라이트 노벨도 읽다가 도중에 덮어버렸고, 유명한 연애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도 내 마음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이 재미있다'는 친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 찾아왔다.

언니가 '다빈치 코드'라는 책을 집에 가져왔고 마침 심심했던 나는 그 책을 별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책이 재미있다는 게 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물론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고 속도도 느렸지만 소설책을 읽는다는 게 큰 즐거움을 준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이유에서 다빈치 코드는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후에 바로 책 읽기에 재미를 확 붙인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도 짬짬이 시간 내어 읽는 것만으로는 속도가 잘 나지 않았고 기한이 정해져있다는 것 때문에 조바심이 났는지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책을 사서 읽는다 해도 한 권을 다 읽는 데에는 아주 오래 걸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책을 조금씩 읽게 되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가끔씩 생각날 때 읽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추리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강한 흡입력이 있는 스토리가 주는 재미와 반전에 반하게 되었고 그 후로 조금씩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매일 미스테리 소설을 읽고 있다.

여전히 속도도 느린 편이지만 예전의 내 모습에 비하면 지금은 차이가 꽤 크다.

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내가 더 많은 책을 알고 싶고, 읽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겼으니까.

내가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바로 '재미'다.

책이 주는 재미와 즐거움이 뭔지를 직접 느꼈던 순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많은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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