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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미스트 (The mist , 2007) : 안개로부터 시작된 비극

요쿠 2017. 10. 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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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근처에서 살고 있던 주인공 데이빗과 그의 아들은 폭풍이 몰아친 뒤 한 시내의 마트로 향한다.

그런데 한 남자가 코피를 흘리며 안갯속에 무언가가 있다고 외치면서 마트 안으로 뛰쳐들어오게 된다.

사람들은 불길한 마음을 떨칠 수 없고, 잠시 마트에 머무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얼마 안 되어 안개 속에서 알 수 없는 괴수가 튀어나와 사람들을 무작위로 덮치고, 마트 안에 갇힌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내용, 스포 포함)




괴생명체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건 크게 새롭지는 않다.

이 영화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개 속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이라는 설정이었다. 사람들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공격하는 괴물들이 혐오스러우면서도 무서웠지만 그 바탕에 깔려있는 안개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공포심을 잔잔하게 더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마트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을 안개에 비유해도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이 갇혀있는 공간이다.

만약에 좀비든 괴물이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무섭고 잔악한 것들이 존재한다고 상상해봤을 때 생존을 위해서 꼭 어딘가에 머물러야 한다면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다른 장소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마트나 약국 같은 곳은 계속 머무르지는 않더라도 꼭 들러야 할 장소 중 하나일 것이다.

마트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물과 먹거리, 생필품 등을 구할 수 있고 약국에서는 약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마트에 갇힌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의 말을 의심하고, 각자 다른 방향을 정하는데 급급했으며 게다가 그들 중 한 명은 사이비 신도였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상황이 조금은 희망적으로 보였으나 점점 갈등이 깊어지면서 오히려 이 마트라는 공간 자체가 위험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마트에는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모든 일이 성경을 통해 예언되었음을 알리는 여자가 있다.

구원받아야 한다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강압적이고 집착스러운 태도로 계속 이야기하고 설득하려 한다.

이 여자를 통해서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들에게 강압적으로 믿을 것을 강요하는 일부 사이비 종교를 비판하거나 비꼬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꼭 종교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믿는 것, 자신의 사상 등을 주입하려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내가 믿는 것만이 진리다"라고 생각하는 이 여성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통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상한 교리나 사상을 믿는다는 것보다도 이 점이 더 무서운 일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 말이다.




사람들은 처음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을까 하고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지만 나중에 극한 상황에 이르고 희생자들이 하나둘씩 나오자 그녀를 따라 기도하며 그녀의 말을 믿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긴박한 상황에 도움의 손길은 오지 않고 밖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왜 저러나 답답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이성적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미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다른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사람은 나약한 존재다. 어딘가에는 기대야 한다.

사람들에게 기댈 수 없다면, 나에게 기댈 수 없다면 신에게라도 기대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찾은 비뚤어진 희망이라고 해야 할까.





갈등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잡아먹고 공격하는 괴생명체들. 안개로 뒤덮힌 시내처럼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고 어디로 향해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긴장감과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

마트에 갇힌 사람들이 극도로 예민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마트에 머무르기도, 그렇다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물론 괴생명체가 무섭고 혐오스럽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 있다는 것에 더 큰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스포 포함)


영화의 결말은 다소 황당했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결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건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안 드는 결말이기는 했는데 확실히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이어서 놀란 건 사실이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 번 생각해봤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가 그런 선택을 내린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아들에게 한 약속이다.

마트에 누워있는데 아들이 아빠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장면이 있다. 아들은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저 괴물들로부터 나를 지켜줘."라고 말한다.

그 약속을 지키키 위한 결정은 아니었을까?

두 번째는 뒤늦게 알게 된 와이프의 상태다.

운전하다가 집을 지나치게 된 일행... 뒤늦게 와이프의 상태를 본 주인공은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주인공보다도 더 이해 안 가는 것은 오히려 주인공이 내린 결정에 반박을 하지 않는 일행이다.

여전히 안개가 뒤덮여있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낀 것일까? 왜 그랬을까?




괴생명체가 나오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설정이지만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무섭기도 했고 사람들의 갈등, 나약함을 잘 표현해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특히 사이비 신도), 배경 자체가 매우 마음에 든다.

결말이 조금 아쉽다는 것만 빼면 좋았던 영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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