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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요쿠 2017. 12. 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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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읽게 되었다.

인기가 상당한 작가인데 나는 그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다.

무카라미 하루키의 작품들 중에서는 <1Q84>,<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어봤는데 <1Q84>는 읽다가 도중에 그만둬버렸다.

몰입해서 한참을 푹 빠져 읽다가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툭 흥미를 잃어버리고 그 후부터는 한동안 그의 작품을 읽지 않다가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게 되었고 최근에는 <노르웨이의 숲>을 읽게 되었다.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자신의 청춘 시절을 회상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와타나베의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인 가즈키가 사망하게 되고, 와타나베는 가즈키의 연인이었던 나오코와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나오코는 어떤 상처가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녀는 한 요양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와타나베는 그런 나오코를 언제까지고 기다려 주기로 약속하게 되는데...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 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 <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



책을 펼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작가의 문체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듯하면서도 섬세하고 강렬한 문체는 당장이라도 눈앞에 무언가가 펼쳐질 것 같으면서도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캐릭터들도 꽤 흥미로웠는데, 사망한 친구의 여자친구였던 나오코와 주인공인 와타나베뿐만 아니라 미도리와 레이코 등 다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선함과 재미를 주었다.




와타나베와 나오코가 세상을 떠난 사람(가즈키)으로 인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죽어버린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

그들은 서로 만날 때마다 자연스레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떠올리게 되고 마음속 깊이 어딘가에는 혼자 시간이 멈추어버린 가즈키가 존재한다.

와타나베나 나오코나 그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안타까우면서도 약간은 허탈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고 그 복잡한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들다.

한참 젊고 활발할 시기, 그들은 죽음을 가까이에서 두고 살아간다.




<노르웨이의 숲>은 어른이 되기 전에 겪는 성장통, 죽음과 현실과 환상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젊은 시절의 청년 이야기를 담았다.

주변인의 죽음과 차갑고 쓸쓸한 현실,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는 인간관계들과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환상적인 사람과 공간.

와타나베는 이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돌아다닌다.

그는 어느 곳 하나에도 딱 두발로 서서 정착하지 못한다. 그런 와타나베에게는 혼란과 상실감만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독자인 나도 조금은 우울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이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울하기도 하고 딱 이렇다고 분명하게 말하기가 유독 껄끄러운 책이다.

머릿속에서 딱 완전히 정리가 되지 않고 이런저런 느낌이나 단어들만이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에 와타나베와 레이코의 관계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조금은 의문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밌게 읽었고 쓸쓸하고 차가운 여운이 주는 그 기분이 꽤 좋다. 

그래서 이 <노르웨이의 숲>만큼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왠지 그래야 제대로 된 끝맺음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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