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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갑자기 찾아온 사랑 : 캐롤(Carol)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요쿠 2018. 10. 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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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은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주연으로 찍은 영화 <캐롤>의 원작이다.

감명 깊게 본 영화라서 중고 서점에서 발견하고 구매하게 된 책인데, 작가가 누구인지 알고 나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아주 유명하고 영화화까지 된 <리플리>와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쓴 작가다.

날씨가 서서히 추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유독 이 책이 끌렸다.



(#영화 캐롤 리뷰 보러 가기 <새창 열림)


(*내용 포함 / 결말 스포 없음)



△ 캐롤(CAROL)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김미정 옮김 / 그 책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 여성, 테레즈는 생계를 위해 백화점에서 일하게 된다.

여느 때처럼 바쁘게 일하고 있는 중에 모피 코트를 입은 한 우아한 여성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그 여인은 테레즈에게 다가와서 제품을 주문하고 떠나지만 그녀에게 강력한 끌림을 느낀 테레즈는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낸다.

그게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는데...



" 주변에는 판매 여직원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테레즈는 저 여인이 분명 자기에게 올 것임을 직감했다.

  여인이 서서히 카운터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테레즈의 심장은 멈춰 섰던 순간을 만회하려는 듯 쿵쾅거렸다. 

  여인이 점점 다가오자 테레즈의 얼굴이 붉어졌다. "


- <캐롤> 중에서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영화를 본 상태라서(그것도 세 번이나) 영화 속 두 사람의 이미지, 목소리가 계속 떠올랐다.

영화를 재밌게 봤기 때문에 그것도 매우 좋았지만 만약에 영화를 안 봤거나 이 책이 영화로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이미지를 상상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역시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전개가 되는데 책에서는 테레즈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혼을 앞둔) 남편이 있는 여성과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점은 같다.

두 캐릭터의 성격이 내가 영화로 느꼈던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일단 테레즈는 영화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이고 솔직하며 캐롤은 입이 조금 거칠고 잦은 기분 변화로 테레즈에게 혼란을 주기도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 외에도 영화와는 조금 다른 점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내가 상상했던 분위기와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 테레즈는 추웠다. 처량했다. 리처드와의 관계가 굳건한 것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더 가까워지지 않으면서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와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다. "


- <캐롤> 중에서 



겉 면으로만 보자면 그냥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의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그 둘 사이를 잘 살펴보면 각자에게 전후 사정과 감정이 있다.

캐롤은 이미 남편이 있었으나 헤어짐을 준비하는 중이었고, 테레즈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서로에 대한 감정이 달랐다.

테레즈의 남자친구인 리처드는 테레즈에게 많은 사랑을 표현하려 하고 결혼까지 하려고 하지만 테레즈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리처드와의 관계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곤란해할 정도로 리처드에게 강한 애정과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테레즈는 캐롤을 만나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를 알아가게 된다.



" 캐롤의 목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캐롤 말고는 그 무엇도 상관 없었다. "


- <캐롤> 중에서



테레즈는 캐롤이 좋아지고, 둘이 여행을 떠나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고, 캐롤이 자신을 떠나가려 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점점 달라진다.

캐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성숙해지며 자신의 의사를 선명하게 표현한다. 

둘 사이의 굴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캐롤이 아이에 대한 양육권 문제로 여행 중에 둘 사이가 멀어졌을 때였다.

캐롤은 테레즈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고 테레즈는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혀 모르는 곳을 함께 누비던 사람이 자신을 두고 가다니.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단지 테레즈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캐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외딴섬에 홀로 버려진 것처럼 두렵고 쓸쓸했을 것이다.



" 내가 지금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죄 짓고 타락해서 인간의 밑바닥까지 떨어질 거라는 말까지 나왔어. 은근히 암시하기도 했고. 맞는 말이야.

  (중략)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비난 받고, 한 사람을 깊히 사귀지 못해 그저 인간관계가 표피적으로 끝난다면 난 완전히 엉망이 될 거야.

  이런 게 바로 타락 아니겠어? 

  다시 말하자면, 자신의 기질대로 살지 못하는 것, 그걸 정의하자면 타락인거야 " 


- <캐롤> /  캐롤이 테레즈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에서 -



영화의 원작 소설을 보게 돼서 기뻤지만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즐겁게 읽다가 중간중간에 좀 불편했는데, 문장이 조금 어색한 편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었는데 오타인 것 같고, 특히 대화문이 매끄럽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조금 의아한 부분들도 있었다.

다 읽고 나서 나만 그렇게 느꼈나 싶어 찾아보니까 번역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냥 도중에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 끝까지 쭉 읽었는데, 만약에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책이 다시 번역되어 나오면 그때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영화와는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는지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하고 싶고, 만약에 좋은 번역으로 나중에 나온다면 다시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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