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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진실을 파헤치다 : 왕과 서커스 / 요네자와 호노부

요쿠 2018. 10. 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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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왕과 서커스>라는 소설을 읽었다.

저번에 <야경>이라는 단편집을 읽었고, 그 후로 오랜만에 읽는 그의 소설이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빙과>라는 작품으로 학원 소설 대상 장려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그 외에도 <추상오단장>, <인사이트 밀>, <리커시블> 등의 작품들이 있다. 

이번에 읽은 <왕과 서커스>는 한 기자가 죽음을 추적하고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내용 포함, 스포 거의 없음)



왕과 서커스(Kings and circuses) / 요네자와 호노부 /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프리랜서 기자, '다치아라이'는 여행지에 대한 취재를 위해 네팔에 방문했다.

그런데 네팔의 왕가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다치아라이'는 왕궁 살인 사건에 대한 취재를 하기로 결심한다.

머물고 있던 숙소의 주인이 왕가에서 일하고 있는 군인인 사람을 소개해주기로 하고, 다치아라이는 취재를 위해 그를 만나기로 한다.

그런데 얼마 후, 중요한 정보원이었던 그가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게 되는데...



" 사람들은 분명 왕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민주화 운동을 수용하고, 의회를 만들고, 신헌법을 공포한 왕의 예기치 못한 죽음을.

탄식은 점점 커지고 왕의 관에 조화가 쏟아졌다. 왕이 죽는다는 게 이런 것일까? "


- 왕과 서커스 중에서 -



내가 그동안 읽었던 추리 소설들은 대부분이 형사이거나 앉은 탐정이었다.

그 외에는 위험에 처한 일반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내용의 소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기자'가 주인공이어서 과연 기자가 어떤 식으로 추리를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다치아라이는 자신이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위험에 처했다.

직접적인 위협은 없었지만 왕가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고 전체적으로 국가가 불안정해져서 여행자로서, 그리고 기자로서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하고 긴장하면서 소설을 읽었다.



"진실만큼 어이없이 왜곡되는 것도 없지. 그보다 다면적인 것도 없어.

내가 당신에게 말하고, 당신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대로 일본인이 네팔에 품는 인상이 돼."


- 왕과 서커스 중에서 -



처음에는 단순히 왕가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왕가 살인 사건이 벌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군인이 살해당한다.

군인이 기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본 누군가가 입막음을 위해 죽인 거라면 주인공인 다치아라이도 매우 위험해진다.

군인과 연관이 있는 왕실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는 더 이상 진척이 없고 불안감은 지속되는 가운데 다치아라이는 차분하게 하나하나씩 생각해보면서 천천히 군인이 왜 살해 당해야 했는지를 조사한다.



"다치아라이, 당신은 서커스의 단장이야. 당신이 쓰는 글은 서커스의 쇼야.

우리 왕의 죽음은 최고의 메인 이벤트겠지."


- 왕과 서커스 중에서 -



추리해가는 과정도 정말 재밌었지만, 기자가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즉 '저널리즘'에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신선했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벌어진 비극을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기사와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비극적인 소식을 하나의 자극적이고 금방 잊어버리는, 즐거움을 위한 소모품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들을 던진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비극적인 사건들을 보며 놀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혹은 더 크고 비극적인 사건들로 인해 잊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어떤 사건이 되었든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일 수도 있을 텐데... 너무 가볍게 대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기자가 글을 써서 남들에게 전하는 행위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몇 명, 몇백 명이 제각각의 시점으로 전하는 글을 통해 우리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아간다.

완성에 다가간다는 것은, 내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인식하는 일이다. "



- 왕과 서커스 중에서 -



<왕과 서커스>는 기자가 살인 사건을 추리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추리 소설로서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재미도 좋았다. 

진지하면서도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생각해볼 거리를 주어서 굉장히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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