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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비뚤어진 사랑, 몸을 긋는 소녀 / 길리언 플린

요쿠 2018. 11. 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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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의 책을 세 번째로 읽었다. <몸을 긋는 소녀>.

이 책은 작가의 데뷔작으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나는 길리언 플린 특유의 그 섬세하면서도 음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떤 분위기와 전개로 또 다른 놀라움을 안겨줄지 매우 궁금했다.



(#스포없음)

(#내용포함)



△몸을 긋는 소녀(SHARP OBJECTS) / 길리언 플린 / 문은실 옮김 / 푸른숲


기자인 카밀은 어린 여자아이 실종 사건과 과거에 있었던 살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고향인 윈드 갭으로 향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얽혀있는 작은 동네, 카밀은 사이가 좋지 못한 엄마의 집에서 당분간 머무르게 된다.

기사를 위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캐내면서, 동시에 자신의 가족사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데...



" 나는 커터(cutter)다. 내 몸을 썰고 베고 찌르는 것을 좋아한다. "


- <몸을 긋는 소녀> 중에서



이 책은 살인 사건과 주인공인 카밀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살인 사건보다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대저택에 살고 있는 카밀의 엄마는 새아빠와 카밀의 이복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카밀에게는 이미 세상을 떠난 여동생이 있었으며 고향에서 살고 있는 가족과는 마음의 거리가 멀다.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서일까? 그녀는 스스로 몸에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단지 긋는 것이 아니라 특정 단어들을 몸에 새기는 습관이다.

그녀의 심리적 불안감이 내게 전해질수록 나는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기도 하고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치명적이고 매력적이다.

약간은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내가 예전에 <다크 플레이스>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 윈드 갭은 나에게 해롭다. 이 집은 나에게 해롭다. "


- <몸을 긋는 소녀> 중에서



이 책에서는 "비뚤어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크게 다루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가족이 주는 사랑이 항상 올곧지는 않다.

가족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주인공에게 가족이라는 건 그녀가 몸에 새긴 글자들처럼 사라지지 않는 아픈 상처, 혹은 그녀가 없애야만 하는 자해 습관과도 같다. 그녀에게 가족은 해롭다.

이미 세상을 떠난 친동생의 흔적이 남아있는 집, '난 널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엄마, 못된 짓을 하고 다니는 이복동생, 무신경한 새아빠까지. 카밀이 왜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그녀에게 가족이란 아픔 그 자체였다.

삐뚤어진 사랑이 얼마나 무섭고 파괴적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또,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다룬다. 

어른들에게 아이들이라는 존재는 참 복잡하게 다가온다. 사랑스러우며 우리가 돌봐주어야 할 존재. 

그러나 때로는 그 어린아이들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책 속에만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끔씩 터지는 여러 사건들만 봐도 그렇다. 나는 그런 사건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정말 무섭다.

<몸을 긋는 소녀>를 읽으면서도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외면했던 아이들의 못된 심리와 삐뚤어진 마음, 가족이 주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깊고 무겁게 다룬다.

작가는 이러한 점들, 그러니까 들여다볼수록 무섭고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들을 끄집어내 보여준다.

그런데 충격적이고 끔찍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예쁜 여자아이는 잘만 행동하면 그 어떤 곤경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 <몸을 긋는 소녀> 중에서



다른 건 몰라도, 길리언 플린은 대부분이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는 것들의 껍질을 벗겨 그 속을 낱낱이 보여주는데 재주가 있다.

단순히 끔찍하기만 할 뿐 아니라 스토리가 재밌으면서도 깊이가 있어서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한다.

물론 이 책은 <다크 플레이스>나 <나를 찾아줘>에 비하면 잘 읽히는 편은 아니다.

살인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에 초점을 맞춰 천천히 전개하고 끝에 다다라서야 결말을 딱 풀어준 뒤 끝을 맺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길리언 플린을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이 책의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계속 책을 집어 들게 됐다.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농밀하고 강력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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