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로 받았던 책 <인 콜드 블러드>를 읽었다.
트루먼 커포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유명한 영화의 원작을 쓴 작가로, 우연히 신문에서 본 살인 사건 기사를 읽고 흥미를 느껴 친구인 '하퍼 리'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책, <인 콜드 블러드>를 탄생시켰다.
<인 콜드 블러드>는 실제로 일어났던 범죄 사건의 전말을 소설로 그려낸 작품이다.
(#내용 포함)
△인 콜드 블러드 (IN COLD BLOOD) / 트루먼 커포티 / 박현주 옮김 / 시공사
1959년, 캔자스 주 홀컴 마을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집에 있던 네 명의 가족이 누군가에 의해 총을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이다.
주변에서 좋은 평판을 받았던 가족이 무엇 때문에 살해를 당하게 되었을까? 범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온 가족이,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내가 알던 사람들이 살해당한 거야.
믿지 않을 수 없었지, 왜냐하면 그게 현실이니까."
<인 콜드 블러드>중에서
전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쓴 범죄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전에 읽었던 책은 실제로 벌어졌던 살인 사건을 재연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낸 느낌이었다면 <인 콜드 블러드>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 콜드 블러드>는 피해자 가족이나 그 주변 인물들과 당시 사건을 저질렀던 범인들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범인들의 범행 동기와 범행 과정, 그 후의 모습까지 자세히 묘사하고 그 범인들을 잡아내는 과정과 재판 후 범인들의 여생까지 다뤘다.
그 과정이 놀랍도록 치밀하고 세심해서 정말이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그놈들은 자기들이 안 걸리고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글쎄, 우리는 그놈들에게 사정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진 않았어요.
그놈들이 안전하다고 믿으면 믿을수록 우리는 더 빨리 그놈들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
<인 콜드 블러드>중에서
<인 콜드 블러드>는 읽는 내내 이상한 기분을 들게 했다.
마음속 깊은 곳 어디에선가 거북함이 밀려오면서도 어느 순간, 이 책에 매료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희안한 감정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더 밀려온다. 안타까움,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들과 함께.
특히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을 묘사한 부분은 특히 더 많고 복잡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데다가,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미안하게 생각하느냐고? 그런 뜻으로 물어본거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나는 그 일에 아무 감정을 못 느껴. 나도 내가 뭔가 느꼈으면 좋겠어."
<인 콜드 블러드>중에서
배경이 그렇게 남다르다고까지 할 것 없는 한 남자와 불행한 삶을 살았던 한 남자. 이 둘은 손을 잡고 네 명이나 살해하는 큰 범죄를 저지른 후 훔쳐낸 돈을 가져가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들이 목숨을 잃은 가족들에게서 훔쳐낸 돈은 40달러였다.
잔혹하면서도 연약한 인간들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의 실상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희생자들의 죽음은 허망하고 억울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참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그 어떤 책들보다 더 무섭고 더 끔찍하다. 하지만 깊이 빠져들어 읽었다.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작품성 또한 뛰어나다.
진실과 허구, 피해자와 범인, 심리와 행동, 살인과 사형... 그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뒤섞여있다.
- 끝 -
'Book > 책 읽고 남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사라진 사람들과 죽어가는 마을 : 세일럼스 롯(살렘스 롯) / 스티븐 킹 (0) | 2019.03.22 |
---|---|
[책] 개인이 권력에 맞서 싸우다 : 동트기 힘든 긴 밤 / 쯔진천 (0) | 2019.01.25 |
[책] 낯선 집의 공포 : 아파트먼트(The apartment) / S.L. 그레이 (0) | 2018.12.12 |
[책] 비뚤어진 사랑, 몸을 긋는 소녀 / 길리언 플린 (0) | 2018.11.27 |
[책] 셔터아일랜드의 원작 소설, 살인자들의 섬 / 데니스 루헤인 (0) | 2018.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