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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낯선 집의 공포 : 아파트먼트(The apartment) / S.L. 그레이

요쿠 2018. 12. 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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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어서 중고 서점에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나오지 않아 새 책으로 구매하게 된 책이다.

(그런데 새 책을 구매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중고 서점에 매물이 나왔다.)

작가는 S.L.그레이로, 새러 로츠와 루이스 그린버그라는 두 작가의 공동 필명이다.

<아파트먼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한 영화화가 확정됐다고 한다.



(#내용 포함)

(#스포 거의 없음 10%)

(#결말 스포 없음)



△아파트먼트(The apartment) / S.L. 그레이 지음 / 배지은 옮김 / 검은숲


마크와 스테프는 딸 헤이든과 함께 케이프타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무장 강도들이 침입했다.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부부는 삶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하지만 여행을 가기엔 돈이 부족했던 부부는 서로의 집을 맞교환할 수 있는 숙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프티 부부와 서로 집을 교환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 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 집에서도 마음 편히 못 지낸다면 

  도대체 이 세상에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이 어디란 말인가? "


- 아파트먼트 중에서



집은 단순히 누군가가 사는 공간이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마음과 기운이 스며든 공간이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공부를 하고... 이토록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유롭고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또 있을까?

그런데 만약 책 속 주인공이 겪었던 것처럼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누군가가 침입한다면 어떨까?

무엇을 훔쳐 가는지 보단 내가 허락하지 않은 누군가가 내 집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무서울 것이며, 나나 내 가족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에 사로잡힐 것이다.



마크와 스테프도 그랬다. 마크는 강도들이 침입했을 때 얼어붙어 있었고 스테프는 강도들이 딸을 해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부부는 강도 사건이 있은 후부터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며 집에 경보기까지 달아야 했다.

마크와 스테프가 삶에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 우리는 그 집과 멀리 떨어져 있다. 헤이든도 그 집과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는 모두 안전하다. 강도 사건 이후 처음으로 그자들이 멀게 느껴졌다. "


- 아파트먼트 중에서



부부는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기고 단둘이서 파리로 여행을 가게 된다.

프티 부부와 서로의 집을 맞바꾸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숙박비나 식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부가 프티 부부의 집으로 들어선 순간, 여행은 고생으로 바뀐다.

숙박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집 사진과는 차원이 달랐다.

부부가 머물기로 한 집은 지저분했으며 마치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처럼 썰렁한 기운이 넘쳤다. 또, 건물에는 이들을 제외하고 단 한 사람만이 살고 있었다.

인터넷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심지어 마크, 스테프와 집을 바꾸어 지내기로 한 프티 부부는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여행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버리고, 부부는 새로운 시작을 바라며 온 여행에서 이상한 일들만 겪게 된다.



"마크."

그는 고개를 돌리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뜻밖에 잠을 깬 몽유병자 같은 얼굴로.

"지금 뭐해?"


- 아파트먼트 중에서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줄 거라 믿었던 여행은 오히려 불행과 공포의 시작이 되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부부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닐 때부터 어딘가 이상했던 마크는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더욱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이한 행동들과 점점 말라가는 그의 모습은 스테프에게 낯설었고, 스테프는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마치 집이라는 공간이 낯설어지고 무서워졌던 것처럼, 남편도 점점 낯설고 무서운 존재가 되어갔다. 



" 우리는 그 아파트에 갔고, 거기서 뭔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


- 아파트먼트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놀랐던 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는 점이다.

마크와 스테프, 두 사람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진행이 되기 때문에 그들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파고들게 되는데, 스테프가 느끼는 심리적 공포와 두려움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사실 마크가 약간 좀 답답한 부분이 있는데 그걸 제외하면 뭐 딱히 아쉬운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는 빠르게 읽히진 않는 편인데, 전반적으로 긴장감과 은근한 공포심이 잘 스며들어 있어서 굉장히 재밌었다.

중후반쯤에는 이걸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의아했었는데 결말 마무리가 꽤 심오하면서도 깔끔한 결말이어서 좋았다.

소설 <아파트먼트>는 나에게 익숙한 존재가 낯설어지는 순간에 오는 공포와 두려움을 잘 살려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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