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을 보러 마트를 갔다가 식물 판매 코너에 잠깐 들렀습니다.
그날따라 판매 중인 식물들이 예뻐 보여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참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왔답니다.
바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고무나무의 한 종류인 '벵갈 고무나무'라는 식물입니다.
마트에서 우연히 눈에 띈 녀석. 중품 정도의 사이즈에 상태도 좋아 보이고 가격도 착해서 데리고 왔어요.
집에 이미 자리가 많이 부족한 편이고 겨울에는 특히 화분을 굳이 늘리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 요 녀석이 그렇게 탐나더라고요.
사이즈가 괜찮아 보이는 화분도 함께 사서 집에 데려온 그 날 저녁에 바로 분갈이에 착수했습니다.
"식물을 사자마자 분갈이한 이유"
저는 웬만하면 식물을 사자마자 바로 분갈이해주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집에서 기르던 식물들과 격리시켜서 며칠 동안 쉬게 해 준 뒤 분갈이를 해주는 편이에요.
이 벵갈 고무나무도 천천히 분갈이를 해주려 했는데... 화분 겉면 쪽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걸 봤습니다.
처음에는 먼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어요.
한 마리를 잡고 잠시 후, 또 한 마리를 잡고... 다른 한 마리는 놓치고...
적어도 3~4마리 정도가 화분 겉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마트에서는 제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에요. 화분도 검은색이고 거미도 검은색이었으니...
거미가 직접적으로 사람이나 식물한테 해를 끼치진 않겠지만 영 찝찝해서 분갈이를 해주게 되었습니다.
마트에서 모카 색상의 토분을 팔고 있길래 식물과 같이 구매했습니다.
마트에서 고를 때에는 사이즈가 괜찮을 것 같아서 샀는데 막상 사고 보니까 너무 큰 걸 샀나 보다 하고 후회했답니다.
역시 잘 맞는 화분 고르는 건 어렵네요.
사이즈가 잘 맞는 화분이 있을까 하고 집을 둘러봤지만 마땅치 않아서 일단 새로 산 토분에 심어주기로 했어요.
흙의 양을 조금 적게 넣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마사토, 훈탄, 펄라이트를 분갈이 흙에 섞어서 준비해주었습니다.
화분 배수층에는 난석을 깔아주었습니다.
꽤 큰 화분인 데다가 토분인데 배수층을 전부 마사토로 채워주면 화분 무게가 너무 무거워져서요.
그리고 화분 옆 면에 삽을 조심스레 넣어주면서 식물을 화분에서 꺼내 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음... 거미 때문에 분갈이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분갈이하다 안에서 정체모를 길쭉한 검은 벌레가 빠르게 지나가는 걸 확인했거든요.
집게벌레인 줄 알고 놀라서 흙을 다 빼냈는데 결국 잡지 못했어요.
그 대신에 다리가 아주 많이 달린(...) 흰 벌레를 잡았답니다.
새끼인 걸로 추측되는데 지네 아니면 노래기 새끼로 추측됩니다.
화분이 꽤 축축하게 젖어있었는데 아무래도 습해서 벌레가 생긴 모양이에요.
어쩔 수 없이 뿌리 부근의 흙을 최대한 털어냈습니다.
새끼가 있다면 분명 성체도 있을 테니 찾아내야 했거든요.
근데 흙을 아무리 털어도 나오지 않네요.
벌레 때문에 아예 뿌리채로 물에 담글까 생각했지만 흙을 아무리 털어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일단 이대로 심어 마무리해주기로 했습니다.
오자마자 분갈이하고, 흙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뿌리도 어느 정도 뜯어지고... 벵갈 고무나무가 오자마자 고생이네요.
분갈이를 한 후 물로 샤워시키고 집에 있는 살충제를 뿌려주었습니다.
음... 화분을 역시 좀 큰 걸 산 것 같아요.
과습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오자마자 고생한 벵갈 고무나무. 지금은 선풍기 앞에서 흙을 말리며 새 화분과 환경에 적응 중이랍니다.
혹여나 발견 못한 벌레가 있지 않을까 걱정돼서 당분간은 격리해놓고 살충제를 몇 번 더 써야 할 것 같아요.
마음에 쏙 들어서 데려온 화분인데 벌레가 있으니 속상하네요...ㅠㅠ
멋진 대품으로 건강하게 잘 크기를 바라며 오늘 글은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벵갈 고무나무 관련 소식은 앞으로도 꾸준히 업데이트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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