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 읽고 남기기

[책] 99가지의 괴담 모음집 : 귀담백경 / 오노 후유미

요쿠 2021. 8. 9. 17:51
반응형

오노 후유미 작가의 <귀담백경>은 99가지의 괴담들을 모아놓은 공포 소설 단편집이다.

몇 년 전에 이 책과 <잔예>를 읽어보고 싶었으나 당시에는 사지 못했고 최근에 들어서야 <귀담백경>을 구매해 읽게 되었다.

오노 후유미 작가의 <귀담백경>은 누군가에게 벌어졌다고 전해지는 99가지의 공포스러운 사연들이 담겨있다.

 

귀담백경 / 오노 후유미 / 북홀릭

솔직히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에는 당혹스러웠다.

책에 수록된 각각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짧았는데 거의 한 이야기 당 2~3쪽 정도이고, 한쪽조차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도 있다.

단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짤막한 사연들을 모아놓은 것에 가깝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좀 달랐지만 일단은 책을 쭉 읽어나갔다.

 

 

" 깜짝 놀라 시선을 돌리니 자신의 몸과 올린 팔 사이에 누군가의 다리가 보였다.

  누가 바로 뒤에 살짝 비켜서 서 있다.

  검푸른 아이의 발이었다. "

 

-오노 후유미의 <귀담백경> 중에서

 

 

책을 어느 정도 읽은 나는 다시 한번 더 놀랐다.

은근히 재밌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겪었다고 전해지는 짧고 간결한 사연들에 불과한데도 은근한 공포감을 주었다.

대놓고 아주 무서운 일들이 확 펼쳐진다기보다는 불분명한 것에서 오는 그런 썰렁한 느낌의 공포에 가깝다.

책을 읽다 보니 뭔가 쎄한 느낌, 혹은 공기가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이 여자아이가 누구인지, 언제부터 학교에 나타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꽤 오래전부터라고들 한다.

  그리고 무슨 영문인지 이 아이를 맞닥뜨리는 사람은 선생님뿐이라고 한다. "

 

-오노 후유미의 <귀담백경> 중에서

 

 

물론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이 다 재밌었던 것은 아니다.

99가지의 괴담들 중에는 아주 익숙한 느낌의 싱거운 괴담들도 있었고 몇몇 사연들은 별로 무섭지가 않았으며 애매하게 끝을 맺어 아쉬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작가가 툭툭 내놓는 듯한 괴이한 이야기들이 묘하게 공포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다 좋아할 것 같진 않다.

왜냐하면 <귀담백경>에 수록된 괴담들은 마치 누군가가 보낸 사연이나 다른 사람에게 들은 짧은 이야기를 다듬지 않고 그대로 수록해 모아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앞과 뒤가 분명하지 않고, 깔끔하게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이 짧게 나오고 바로 끝나버린다.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나 떠도는 소문 같은 사연들을 나열해 둔 것에 가깝다.

 

 

" 하얀 시트는 허공에 늘어져 치마처럼 주름이 졌다.

  그 안에 축 늘어진 하얀 두 다리가 흔들거렸다. "

 

-오노 후유미의 <귀담백경> 중에서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참 독특한 책이다.

쭉 읽어 나가다 보면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뭔가가 무서운. 한 번쯤은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누군가에게 정말 무섭다며 추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귀담백경>과 연결되어 있는 작가의 다른 책 <잔예>를 꼭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