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 읽고 남기기

[책리뷰]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요쿠 2017. 6. 9. 16:00
반응형

<공허한 십자가>는 '나카하라'와 '사요코'라는 부부의 딸이 강도 살인의 피해자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얼떨결에 '유가족'이 되어버린 부부는 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서로를 위해 이혼하게 된다.

그런데 이혼한지 약 5년 정도 지나고, '나카하라'는 딸의 살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전처인 '사요코'가 길거리에서 강도를 당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나카하라'는 범인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기를 바라는 사요코의 부모님을 돕기위해 그간 사요코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그 행방을 조사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는 곧 사건에 가려져있던 진실들을 하나둘씩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방황하는 유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있다. 덕분에 씁쓸한 기분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야기는 사형 제도와 관련된 이야기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형 선고에 대해서 적극 찬성하는 편이다. 타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앗아간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서 나오는 사요코의 말처럼 범죄자를 감옥에 둠으로서 진정한 갱생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사요코의 딸을 죽인 범인은 이미 한번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고 사요코의 딸을 죽인 것은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였다.

만약 그가 사형선고를 받았거나 무기징역을 살게 되었다면 사요코의 딸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어린 여자아이의 죽음이 더욱더 쓸쓸하고 슬프게 다가온다.



"히루카와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 뭔가 달라진 게 있나요?"

나카하라는 즉시 대답했다.

"아니요, 아무것도... 무엇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아, 그래?' 하고 생각했을 뿐이지요."

"그렇겠지요. 그리고 히루카와도 결국 진정한 의미의 반성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형 판결은 그를 바꾸지 못했지요." 


히라이는 약간 사시인 눈으로 나카하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사형은 무력(無力)합니다."



- 공허한 십자가 中 -


책을 읽다보니 사형 집행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살인범이 죽음으로서 갱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피해자를 되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카하라'의 딸을 죽인 범인은 사형에 처해지는데 그 소식을 들은 유가족인 '나카하라'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그저 받아들이는 정도였다. 사형이 유가족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유가족의 입장에서 사형이 내려지길 바라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 가족을 죽인 사람이 왜 아직도 살아있는거냐고, 왜 내 가족만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 하는 거냐고 물을 수 밖에 없는 그 참담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최초의 사건에서 히루카와를 사형에 처했다면 내 딸은 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히루카와지만, 그를 살려서 다시 사회로 돌려보낸 것은 국가다.

즉, 내 딸은 국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 징역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갱생했느냐 안 했느냐를 완벽하게 판단할 방법이 없다면, 갱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형벌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 공허한 십자가 中 -



<공허한 십자가>는 나에게 끝없이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갱생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누가 어떻게 판단할까? 사형은 필요할까?

정답이 없는 질문들 속에서 내 마음은 그저 씁쓸하기만 했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공허한 십자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