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작품 <보기왕이 온다>를 잇는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 나왔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구매했지만 요즘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미루다 보니 최근에서야 읽게 되었다.
작가의 전작인 <보기왕이 온다>를 읽었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를 떠올리면서 기대에 부풀어 책을 펼쳤다.
사와무라 이치의 <즈우노메 인형>은 호러에 미스테리가 더해진 공포 소설이다.
#스포 거의 없음
#결말 미포함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겨버린 작가를 찾기 위해 동료와 함께 작가의 집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연락이 끊겼던 작가는 정체불명의 한 원고를 남겨둔 채 기괴한 모습으로 사망한 뒤였다.
주인공은 누가 썼는지조차 모르는 정체불명의 원고를 읽게 되고, 서서히 죽음의 덫에 걸리게 되는데...
" 그 애가 옆에 있으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곳만 공기가 새고 있다고 할까. 그곳만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할까.
그곳만 빈틈이 있다고 할까. "
- 사와무라 이치의 <즈우노메 인형> 중에서
책 <즈우노메 인형>은 주로 주인공의 시점과 원고의 내용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원고를 읽으면 죽음의 저주에 걸리게 된다'는 이야기는 영화로도 유명한 스즈키 고지의 <링>과 꼭 닮아있으며, 책에서도 이 <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영화로도 봤고, 책으로도 읽은 <링>이 책에 나와서 왠지 반갑게 느껴졌다.
* 스즈키 고지의 책 <링> 리뷰 *
" 즈우노메 즈우노메
어디로 가는가
산등성이 위인가 바다의 끝인가
끔찍한 눈을 가진 인형인가 "
- 사와무라 이치의 <즈우노메 인형> 중에서
<즈우노메 인형>과 <보기왕이 온다>는 '히가 자매 시리즈'다.
같은 시리즈이지만 각 권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달랐다.
<보기왕이 온다>처럼 사회적 현상, 문제를 공포 이야기에 적절히 스며들게 한 점은 같았지만 <보기왕이 온다>가 호러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면 <즈우노메 인형>은 미스테리와 호러가 섞인 작품이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전작에서는 온전히 호러에 힘을 주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미스테리에 더 중점을 두었다.
'미스테리'에 '호러'를 섞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저주가 내려진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인공이 이 두 가지를 알아내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위주로 그려냈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섭다기보다는 '이 저주는 어디에서 왔는가', '숨겨진 이야기는 과연 뭘까' 하는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된다.
"후지마 눈에는 안보였어?"
"그래, 안보였어. 무슨 말이야?"
- 사와무라 이치의 <즈우노메 인형> 중에서
<보기왕이 온다>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주로 새벽에 읽었는데, <보기왕이 온다>를 읽었을 땐 흠칫흠칫 놀라며 공포를 느낀 순간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이번 <즈우노메 인형>을 읽으면서는 무서운 감정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무섭다기보다는 흥미진진하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곳곳에서 아쉬운 점들이 보이긴 하지만 이 책은 분명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며 결말까지 이끄는 힘이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러 팬들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미스테리 쪽에 치중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스테리 팬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면... 그것도 좀 애매하다.
두 가지를 적절히 섞으려다가 애매모호한 작품이 된 건 아닐지... 괜히 아쉬워해본다.
점수로 이야기해보자면 <보기왕이 온다>가 별 다섯 개라면, <즈우노메 인형>은 별 세 개 반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나올 또 다른 사와무라 이치의 책에 기대를 걸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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